발렌틴, 난 한 가지 약속을 했는데, 누구한테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마 하느님한테 한 것 같아. 하느님을 믿진 않지만 음.. 내가 평생 가장 원했던 것은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이곳을 나가는 것이었어. 그래서 어떤 희생도 감수했어. 내 일은 모두 다 뒤로 미루었어. 난 무엇보다도 엄마를 돌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그리고 내 소원은 이루어졌어 그럼 만족해야지. 넌 참 훌륭한 놈이야. 네 자신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니 말이야. 그런 네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돼 그런데 그게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발렌틴? 무슨 소리야? 그럼 나한테는 항상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 인생을 살면서 내 것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로 공평하느냐는 말이야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넌 엄마가 있어. 그건 네 책임이야. 그리고 넌 그 책임을 받아들여야만 되고 그래, 그 말은 맞아 그런데? 내 말 좀 들어봐. 엄마는 자기의 삶을 살았어. 그녀는 살 대로 다 살았단 말이야. 남편도 있었고, 자식도 가졌고.. 엄마는 이미 늙었어. 엄마의 인생은 거의 다 끝났는데.. 하지만 아직도 살아 계시잖아 그래. 그리고 나도 살아있어.. 그런데 내 삶은 언제부터 시작하지? 언제가 되어야 내가 내 것을 만질 수 있고, 내 것을 가질 수 있지? 몰리나, 각자의 상황에 만족해야 돼. 석방시킨다니 넌 횡재한 거나 다름없어. 그것에 만족하도록 해. 밖에 나가면 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난 너와 함께 남아 있고 싶어. 지금 내 단 한 가지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
24일 목요일 별도의 보고서에 의하면 피고는 구좌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을 남기고는 예금 전부를 은행에서 인출함. 수감되기 전부터 예치된 돈임. 호세 루이스 네리 카스트로 대서소에는 어머니의 이름 앞으로 봉한 봉투 한 장을 남겨놓았는데, 상기된 사무실 책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 봉투에는 피고가 인출한 예금이 들어 있었음. 오전에 출근하여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심.
25일 금요일 피고는 아침에 직장에 출근함. 12시 30분에 직장에서 나와 그곳에서 몇 블록 떨어져 있는 라스에라스가 2476번지에 있는 피자집에서 혼자 점심식사를 함. 그곳으로 가기 전에, 공중전화에서 전과 마찬가지로 세 번 전화를 건 다음, 세 번 수화기를 놓음. 통화 시간은 매우 짧았음. 혼자 식사함. 겨우 맛만 본 채,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남김. 직장으로 돌아옴. 두 부상자 중에서 몰리나는 경찰이 응급처치를 하기 전에 사망함. .. 극좌파들이 몰리나의 자백을 막기 위해 피고를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함. 그리고 피고가 사전에 은행구좌에서 예금을 인출한 것은 자신에게 어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여짐. 또한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감시 요원들이 극좌파들과의 접촉 도중에 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획을 수행한 것은 (1) 극좌파들과 함께 도망을 가거나 (2) 극좌파들이 자신을 제거할 것을 각오했다는 두 가지 이유 중 한쪽이라고 생각됨.
거미여인의 키스
사람은 바뀔 수가 없나 봐. 내 인생은?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희생할 수밖에 없었나 봐. 아닌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가여운 몰리나..